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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화도량발원문 白花道場發願文

의상스님의 현전하는 또 하나의 저술은 ⌈ 백화도량발원문白花道場發願文 ⌋ 이다. 그것은 중간에 결락된 부분이 있어서 그 면모를 완전히 알기 어렵지만 ‚ 현재 200여자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 ‚ 의상스님의 화엄사상 특징을 이루는 관음불觀音佛에 대한 예찬을 잘 나타내 준다.

⌈ 백화도량발원 ⌋ 의 내용은 간략하지만 대체로 다음의 것들을 담고 있다. 우선 제목이 백화도량白花道場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달락가補 洛迦가 소백화小白花로 기록되는 것은 청량소석淸凉疏釋에 의해서이며 ‚ 낙가산洛迦山에 이 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대원경지大圓鏡智인 관음대성觀音大聖에게 귀의하고자 할 때에는 제자 弟子의 성정본각性精本覺을 관觀해야 함을 제시하였다. 그리고는 앞뒤로 결락된 부분이 있지만 ‚ 대체로 본사本師이신 관음대성의 교화와 제자의 처지를 대조적으로 기술하였다.

다음으로 의상스님의 관음대성에 대한 발원이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는 관음대성과 일체화를 서원하였다. 관음대성의 거울 속에 있는 제자 의 몸이 제자의 거울 속에 있는 관음대성에게 귀명歸命하여 정례頂禮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마치 관음대성이 아미타불을 이마에 받들 듯이 제자도 역시 관음대성을 받들기를 원하였다. 둘째는 대비大悲의 주문을 외우고 보살명菩薩名을 부르게 하여 ‚ 다같이 원통圓通한 삼매성해三昧性海에 들게 함으로써 일체 중생을 교화하고자 했다. 대성으로부터 십원육향十願六向과 천수천안千手千眼 ‚ 대자대비를 본받아 대성과 같아지고자 했다. 그리하여 이 세상世上이나 타방국토他方國土를 막론하고 대성이 머무른 곳마다 따르면서 ‚ 언제나 설법을 들어 참된 중생의 교화를 도우려 했다. 셋째는 백화도량에 왕생함을 원하였다. 관음대성의 이끔을 받아 온갖 포외怖畏 에서 떠나 신심身心이 즐거워지는 백화도량에 왕생하였으며 ‚ 여러 보살과 더불어 정법正法을 듣고 지혜가 더욱 밝아져 여래如來의 무생인無生忍을 발현發現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발원을 마치고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에게 정례頂禮하며 귀명歸命하고 있는데 ‚ 이것은 정각正覺을 이룬 보살회향菩薩廻向 뿐 아니라 弟子의 성정본각 性靜本覺을 觀한 실제회향實際廻向과 아울러 중생회향衆生廻向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 백화도량발원문 ⌋ 의 빠진 부분은 완전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체원體 元의 약해略解 속에 그 부분의 주석이 다소 남아 있어 그 내용을 조금은 추측할 수 있다. 첫 결락 부분은 해인삼라海印森羅가 상주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체體   ·   상相   ·   용用이 불상사이不相捨離하는 뜻이 포함되었을 법하다. 두 번째 결락 부분은 대원경지大圓鏡智와 해인삼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듯하다. 왜냐하면 이 부분에 대한 주석은 해인삼매 중에 나타난 삼세간三世間이 중중무진重重無盡하여 원융자재圓融自在하고 무장무애無障無碍한 것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 백화도량발원문 ⌋ 은 비록 짧은 글이지만 의상스님의 불교신앙을 알려주는 데 중요하다. 그것은 낙산사의 창건과 깊이 관련되어 있지만 ‚ 역시 부석사의 창건과도 밀 접한 연관이 있다. 관음대성은 미타정토彌陀淨土에 이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관음신앙은 실천행을 내세우는 의상대사의 화엄사상의 전체 구도와도 깊이 얽혀 있다.

3. 현전하지 않는 저술
의상스님의 저술로 ⌈ 십문간법관十門看法觀 ⌋ 1권 ‚ ⌈ 입법계품초기立法界品抄記 ⌋ 1권 ‚ ⌈ 소아미타의기小阿彌陀義記 ⌋ 1권이 있었다고 하나 모두 전하지 않는다. 현재 이러한 저술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 모두 그의 사상 경향과 밀접한 연관을 생각하게 한다. 의상스님의 실천적인 사상 경향은 ⌈ 십문간법관十門看法 觀 ⌋ 이나 ⌈ 입법계품초기立法界品抄記 ⌋ 에서 더 강하게 표현되었을 것이며 ‚ 관음예찬觀音禮讚에 관한 그의 정토적 신앙은 ⌈ 소아미타의기小阿彌陀義記 ⌋ 에 뚜렷하게 나타났을 법하다.

4. 의상스님 저술의 성격
의상스님의 저술은 많은 것이 아니다. 현전하지 않은 것을 합쳐 모두 5종 정도이다. 또한 그의 저술은 깊은 뜻을 담고 있지만 ‚ 실제 간략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법성게法性偈는 그 중 한 글자도 뺄 수 없을 정도로 간명하게 축조된 것이지만 ‚ 화엄사상의 요체를 거의 완전하게 담고 있다. 어쩌면 법성게에 대한 인상은 의상 스님의 저술의 성격을 대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상스님의 저술은 수진법계관竪盡法界觀을 가진 법장法藏스님의 저술과 상당한 성격의 차이를 보여준다. 수진법계관은 전체를 그 근본되는 ⟨ — ⟩ 의 이해로써 파악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 하나하나의 성격을 음미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횡진법계관에서는 평등이 중시되지만 ‚ 수진법계관에서는 차별이 부각된다. 법장스님은 이러한 차별의 사상事相을 하나 하나 구체화시키는 작업으로 그의 화엄사상을 저술하였다. 따라서 법장스님은 의상스님과는 달리 화엄의 모든 경지에 대한 자세하고 도 논리적인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반면 의상스님은 근본을 부각하려는 법계도의 완성에 혼혈의 정신을 쏟았다.

의상스님은 법장스님이 건네준 교분기敎分記의 목차를 바꾸어 버렸는데 ‚ 그 사실은 두 사람의 저술의 성격을 바로 이해하게 한다. 법장스님은 ⌈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 을 지어 제구문第九門에 소전차별所詮差別 ‚ 제십문第十門에 의리분제義理分齊를 두었다. 의상스님은 편지와 함께 전해 받은 법장스님의 오교장五敎章의 편목編目 을 바꾸어 제구문第九門에 의리분제義理分齊 ‚ 제십문第十門에 소전차별所詮差別을 두었다. 이것을 법장스님이 전한 연본鍊本과는 달리 초목草木이라 부른다. 그런 데 의상스님이 법장스님의 저술의 편목을 이와 같이 바꾼 의도는 의리를 앞세워 그 뜻이 십문十門에 통하게 하려는 것이다. 법장스님이 사상의 차별을 내세우고 그 차 별된 의리를 추구했다면 ‚ 의상스님은 의리를 앞세워 사상의 차별을 융섭하려 했다.

의상스님은 비록 몇 개의 저술을 갖고 있지만 법장스님의 저술과 비교하면 ‚ 그 양이 너무나 적은 것이다. 그의 저술은 법계도인을 위한 방편으로 쓰여진 데 불과하다. 법계도 이외의 다른 저술에 대해서 의상스님 자신이 그렇게 중시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의상스님은 제자들의 도행道行이 무르익었다고 생각되면 ‚ 도인圖印을 찍어 그것을 그들에게 전함으로써 사법嗣法의 징표로 삼았다. 이러한 의상스님의 저술과 행적은 실천행을 중시하는 그의 화엄사상 경향과 얽혀 있다. ⟨ ※ 참고문헌 : 의상 그의 생애와 화엄사상 ‚ 김두진 ‚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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