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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계도의 작성과 도인의 구성

의상스님이 지은 7언 30구의 법계도에는 그것의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법계도기는 법계도에 대한 주기註記이다. 이 법계도기에는 총장總章 원년元年(668, 문무왕 8) 7월 15일에 기록한다고만 되어 있고 ‚ 그 작성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 이유는 일체의 제법諸法이 연기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만들어진 연월은 표시될 수 있어도 ‚ 제법의 연생緣生에는 주체가 없어서 작성자를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법계도기의 끝머리에 화엄종華嚴宗 향상 대사香象大師의 말엽末葉인 제두법사題頭法師가 집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의상스님의 저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생은 주가 없어 작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제두법사는 법계도기의 내용을 들었거나 전하는 바를 그대로 기록했을 뿐이다. 곧 제두법사는 법계도기를 작성한 인물이 아님은 분명 하다. 의상스님에 관한 다음 기록을 주목하여 보기로 하자.

법계도서인法界圖書印과 아울러 약소略疏를 지어 일승一乘의 추요樞要와 천재千載의 구경龜鏡을 망라하였다.( ⌈ 三國遺事 ⌋ 권4 ‚ 義湘傳敎條) 도인과 아울러 그것의 약소略疏를 의상스님이 지었음을 분명히 하였는데 ‚ 여기의 약소는 법계도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의상스님이 법계도인法界圖印을 제작하기 전에 ⌈ 대승장大乘章 ⌋ 10권을 지었다. 그것은 문사文詞가 옹색하고 번거러워서 간략하게 줄여 ⌈ 입의숭현入義崇玄 ⌋ 이라 하였는데 ‚ 그 내용은 지엄스님의 ⌈ 수현분제搜玄分齊 ⌋ 와 통하게 되었다. ⌈ 대승장 ⌋ 을 줄인 의상스님의 저술이 바로 도인을 작성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때의 저술이 ⌈ 입의숭현 ⌋ 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는지는 모르지만 ‚ 아마 법계도기의 내용과 일치하거나 또는 법계도기를 저술하는 대본이 되었을 것이다. 법계도기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제시하면 표 1과 같다.




인의印意에서는 법계도의 총체적인 의미를 설명하였으며 ‚ 인상印相에서는 도인圖印을 주로 해설하였다. 인상의 설명 중 인문상印文相이나 명자상明字相은 도인의 구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 도게圖偈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문의文意에서 행해졌다. 인문印文은 주로 도인의 모양 ‚ 즉 일도一道와 사면사각四面四角 내지 굴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 자상字相에서는 굴곡으로 표현된 삼승의 방편을 통해 중도中道 실상實相을 드러내려 하였다. 자상字相에서 육상六相과 구종입九種入 을 설정하였다. 육상은 총상總相   ·   별상別相   ·   동상同相   ·   이상異相   ·   성상成相   ·   괴상壞相으로 나뉘어 설명되어 있다. 구종입은 섭입攝入   ·   사의입思議入   ·   법상입法相入   ·   교화입敎化入   ·   증입證入   ·   불경일입不敬逸入   ·   지지전입地地轉入   ·   보살진입菩薩盡入   ·   불진입佛盡入이다. 육상은 근본인根本印인 원교와 굴곡인 삼승의 문제를 서로 주체를 이룬 불즉불이不卽不離하고 불일불이不一不異한 경지로써 설명하 ‚ 중생을 이롭게 하는 중도를 구현하기 위해 설정되었다. 구종입은 일체 보살과 불가사의 한 제불법이 분별分別 중에 증득證得하여 지혜지智慧地에 들어감을 말한다.

석문의釋文意에서는 7언 30구의 도게를 주석하고 있는데 ‚ 표1에서 제시한 도인의 구조를 따라 해설하고 있다. 자리행自利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연기인데 ‚ 연기체緣起體에서는 자상自相을 보상報相   ·   피인상彼因相   ·   피과차제상彼果次第相으로 나누고 있다. 그 외에 다라니법陀羅尼法   ·   즉사섭법卽事攝法· 구세九世   ·   약위約位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 연기 중의 제법은 무이無二한 것이며 법문은 무수無數하나 무분별하며 연기법緣起法도 이와 같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타 행利他行에서는 해인삼매에 들어감을 설명하고 있다.

수행에서는 먼저 방편方便을 논하고 있다. 수행방편으로 별교일승別敎一乘을 제시하였다. 곧 방편일승설方便一乘說을 내세우고 있는데 ‚ 그것으로서 일승소류一乘所 流와 일승소목一乘所目을 얻는 것이라 했다. 일승수행一乘修行은 오승五乘을 총섭總攝하는 것인데 ‚ 이 오승법五乘法에는 증분법證分法과 언교법言敎法이 있다. 오승법의 증證   ·   교敎 양법兩法은 삼종성三種性을 편계遍計   ·   소집所執과 의타依他 진실眞實로 나누어 ‚ 전자를 범부경계凡夫境界로 후자를 성지경계聖智境界로 설명 하였다. 그렇지만 삼종성의 자성自性도 중도에 있어 무분별한 것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삼성三性 이외에 따로 삼무성三無性이 존재하나 ‚ 그것은 둘이면서 또한 무분 별한 것이어서 중도에 있게 된다. 결국 방편수행에서는 증   ·   교 양법이나 삼성의 무분별을 논했으며 ‚ 일체법一切法은 본래 중도에 있고 중도는 언言과 비언非言 ‚ 설說과 불설不說이 통하고 본말本末이 상즉相卽하여 융현融顯하는 것이라 했다.

수행 중 명득론明得論은 중요하게 논술되었다. 득익得益에서는 우선 수십전법數十錢法을 십불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십불十佛은 무저불無著佛   ·   원불願佛   ·   업보불 業報佛   ·   지불持佛   ·   화불化佛   ·   법계불法界佛   ·   심불心佛   ·   삼매불三昧佛   ·   성불性佛   ·   여의불如意佛이다. 수십전법은 크게 二門. 즉 ⟨ 一中十 十中一 ⟩ 과 ⟨ 一卽十 十卽一 ⟩ 로 나뉘어 논술되었다. 전자는 다시 향상래문向上來門과 향하거문向下去門 ‚ 후자는 향상거문向上去門과 향하래문向下來門으로 나뉘었다. 수십전법의 사문四門은 하나 하나의 전錢 중에 十門을 모두 갖추고 본말本末 양전兩錢 중에 십문을 모두 갖추었음을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一中十이요 十中一이라 하여 ‚ 一門 중에 무진의無盡義를 갖추어 상용무애相容無碍함을 나타내려 했다. 또한 득익得益에서 무분별한 연기는 상즉相卽하는 것이어서 차별의 인연과 다름을 제시하였다. 결국 수십전법은 연기 를 밝히려는 것인데 ‚ 특별히 일승삼승一乘三乘의 분제별의分齊別義를 십현문十玄門으로 설정하였다. 그것은 동시구족상응문同時具足相應門   ·   인타라망경계문因陀 羅網境界門   ·   비밀은현구성문秘密隱顯俱成門   ·   미세상용안입문微細相容安立門   ·   십세격법이성문十世隔法異成門·제장순잡구덕문諸藏純雜具德門·일다상용부동문一 多相容不同門   ·   제법상즉자재문諸法相卽自在門   ·   수심회전선성문隨心廻轉善成門   ·   탁사현법생해문託事顯法生解門이다. 십현문十玄門은 각기 차별됨을 나타내지만 ‚ 그 교의분제敎義分齊는 상응하게 되니 ‚ 이것이 일승원교가 된다. ⌈ 법계도기 ⌋ 는 도인의 구조 ‚ 도게의 내용에 대한 의상스님 자신의 해설을 기록한 것이지만 ‚ 기록자가 의상 자신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었는지 문제될 수 있다. 기록자의 의사가 물론 조금은 반영되었을 지라도 ‚ 대체로 그 내용은 의상스 님의 해설을 충실하게 담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살폈듯이 화엄경에 의한 원교종요圓敎宗要를 충실히 나타내려 했고 ‚ 원교일승圓敎一乘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 도실상中道實相을 구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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