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강좌 홈     ›     화엄강좌     ›     의상스님과 화엄십찰

1. 법계도의 작성과 도인의 구성

의상스님의 저술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 화엄일승법계도 ⌋ 는 현전하는 의상스님의 저술로 그의 사상을 아는 데 대단히 유용하다. 법계도는 의상스님이 지엄스님의 문하에 있을 당시에 작성되었다. 지엄스님은 668년(문무왕 8년) 10월에 입적하였다. 지엄스님이 입적하기 직전에 의상스님은 청선사淸禪寺의 반야원般若院에서 그의 법인法印을 전수받았는데 ‚ 그 약 3개월 전인 7월 15일에 법계도를 작성하였다.

의상스님이 법계도를 작성하는 경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최치원이 찬한 의상전義湘傳 중에 말하기를 ‚ 상공湘公이 지엄법사에게서 화엄華嚴을 수학受學하고 있을 때의 어느 날 꿈에 ‚ 용모가 괴위魁偉하게 생긴 신인神人이 나타나 ‹ 스스로 깨달은 바를 저술해서 남에게 알리는 것이 마땅하다 › 고 일러주었다. 또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총명해지는 약을 십여제나 주었으며 ‚ 청의동자靑衣童子 를 만나 세 번이나 비결秘訣을 전수해 주는 꿈을 꾸었다. 지엄스님이 이를 듣고 말하기를 ‚ ‹ 신神에게서 영황靈 을 받기를 나는 한 번이었는데 너는 세 번이었으니 ‚ 멀리서 찾아와 근수勤修한 응보應報가 이와 같이 나타났다 › 고 하였다. 인因하여 얻은 바 오묘한 이치를 편차編次하도록 명命하였다. 이에 분발하여 붓을 들고 ⌈ 대승장 大乘章 ⌋ 10권을 편집해서 스승에게 그 허물을 지적해 주기를 청하였다. 지엄스님이 말하기를 ‚ ‹ 의리義理는 매우 아름다우나 문사文詞가 옹색하다 › 고 하였다. 물러나 서 번거로운 곳을 삭제하고는 사통四通하게 한 다음 ‚ ⌈ 입의숭현入義崇玄 ⌋ 이라 이름하였으니 ‚ 그의 스승이 지은 ⌈ 수현분제搜玄分齊 ⌋ 를 숭상한다는 뜻이다. 지엄스님이 의상스님과 함께 불전佛前에 나아가 서원을 세우고 이것을 불태우면서 말하기를 ‚ ‹ 문사文詞가 성지聖旨에 맞는다면 원컨대 타지 마소서 › 라고 했다. 타고 남은 210字 를 의상으로 하여금 주워 거두게 하여 간절히 서원하면서 다시 맹염猛焰 속에 던져 넣었으나 끝내 타지 않았다. 지엄스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찬탄하고 ‚ 타고 남은 글로 게송偈頌을 짓게 하였다. 이에 의상스님이 며칠동안 방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 앉아 30句를 만드니 ‚ 삼관三觀의 깊은 뜻을 갖추었고 십현十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었 다. 고로 칠언삼십구七言三十句는 역시 의상스님이 찬술撰述한 것이다. 법계도는 신인神人의 가르침을 받은 의상스님이 제작한 것으로 되어 있다. 법계도는 법法 · 계 界 · 도圖의 세부분으로 나뉘어 설명되었다. 법法은 자성의 · 궤칙의 · 대의의로 나타난 법성法性을 가리킨다. 어쩌면 그것은 법계도인法界圖印이 ‹ 법法 › 자로부터 시작 해서 ‹ 불佛 > 자로 끝나듯이 ‚ 불법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계界는 인의 · 성의 · 분제의로 나타나는 연기 현상現像을 이름이다. 법계도가 법으로부터 시작해서 불로 끝나기까지의 연기 과정이 계界로 표현되었다. 따라서 법계는 근본적인 불법이 연기하여 사상事相을 만드는 과정을 이름이다. 도圖는 지정각세간 · 중생세간 · 기 세간을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법계연기의 원리는 도인圖印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사실상 법계도는 도인의 비유로 설명되었다.

도인은 적화赤畵와 흑자黑子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을 종이 위에 찍어 나타내었다. 그런데 적화는 지정각세간 ‚ 즉 불지佛智를 나타낸 것이다. 그것은 마치 혁일赫日이 어두운 거리를 비추는 것과 같은 고로 적인赤印으로서 비유되었다. 흑자는 중생세간을 나타낸다고 했다. 왜냐하면 중생은 번뇌를 업으로 삼아 무명無明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이는 기세간을 비유하는데 ‚ 기계器界는 염업染業 중생이 거주한즉 더럽게 되고 ‚ 불보살佛菩薩 정업자淨業者가 거주한즉 깨끗하게 된다. 곧 지정 각智正覺이 중생을 깨치게 하므로 적색으로 비유되었고 ‚ 중생이 번뇌의 업보에 얽매어 무명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흑색으로 나타났으나 ‚ 기계器界는 백색으로 표현 되었다. 백색은 모든 색의 근본으로서 받는 빛의 색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 곧 기계器界는 그 내에 거주하는 중생의 근기根機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그런 데 도인은 이미 적화와 흑자만으로 구성되므로 의상스님은 흑자 위에 적화를 그려 지엄스님에게 바치고 있다. 이때 바친 주석이 80여지餘紙 등 종이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되면 기계器界는 도게圖偈의 주석으로 압축되며 ‚ 그 내에 의상스님 교학의 실천적 성향이 스며들게 되었다.
의상스님의 법계도는 7언 30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法性圓融無二相     :     법과 성품은 원융하여 두가지 모양이 없나니
  • 諸法不動本來寂     :     모든 법이 움직임이 없어 본래부터 고요하다
  • 無名無相絶一切     :     이름없고 모양도 없어서 온갖 경계가 끊겼으니
  • 證智所知非餘境     :     깨달은 지혜로만 알 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 眞性甚深極微妙     :     참된 성품 깊고 깊어 지극히 미묘하나
  • 不守自性隨緣成     :     자기 성품 지키잖고 인연따라 이루더라
  • 一中一切多中一     :     하나 중에 일체있고 일체 중에 하나있으니
  • 一卽一切多卽一     :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 一微塵中含十方     :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 一切塵中亦如是     :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 無量遠劫卽一念     :     끝이 없는 무량겁이 곧 일념이요
  • 一念卽是無量劫     :     일념이 곧 끝이 없는 겁이어라
  • 九世十世互相卽     :     구세 십세가 서로서로 섞였으되
  • 仍不雜亂隔別成     :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뤘어라
  • 初發心時便正覺     :     처음 발심 하온 때가 정각을 이룬 때요
  • 生死涅槃相共和     :     생사와 열반이 서로 서로 함께 했고
  • 理事冥然無分別     :     이와 사가 그윽히 조화하여 분별할 것 없으니
  • 十佛普賢大人境     :     열 부처님 보현보살 큰 사람의 경계더라
  • 能仁海印三昧中     :     부처님의 해인 삼매 그 가운데
  • 繁出如意不思義     :     불가사의 무진법문 마음대로 드러내며
  • 雨寶益生滿虛空     :     보배의 비로 생명을 이롭게 한 일 허공에 가득 차니
  • 衆生隨器得利益     :     중생들이 그릇따라 갖은 이익 얻음이라
  • 是故行者還本際     :     이 까닭에 수행자들은 마음자리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
  • 파息妄想必不得     :     망상을 쉬지않곤 얻을 수 없네
  • 無緣善巧着如意     :     인연 짓지않는 좋은 방편으로 마음대로 잡아쓰니 ?
  • 歸家隨分得資糧     :     마음자리에 돌아가매 분수따라 양식 얻네
  • 以陀羅尼無盡寶     :     이 다라니 무진법문 끝이 없는 보배로써
  • 莊嚴法界實寶殿     :     온 법계를 장엄하여 보배궁전 이루고서
  • 窮坐實際中道床     :     영원토록 ?법의 중도 자리에 편히 앉아
  • 舊來不動名爲佛     :     억만겁에 부동함을 이름하여 부처라하느니라.
의상스님은 210자의 법성게法性偈를 다음과 같이 도인으로
작성하였다.

1/3다음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