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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보려면 먼저 건물들이 놓인 터와 그 주변의 산세를 살펴보는 게 순서이다. 놓일 자리에 따라 건물의 조형도 달 라지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국(局)이 넓은 땅에서는 건물을 비교적 넓게 배치하되 높은 건물을 정점으로 조화를 이루 도록 하였으며 국이 좁고 가파른 땅에서는 높은 석축과 건물을 잘 이용하여 짜임새 있게 공간 배치를 하였다. 부석사 의 경우는 물론 후자에 속한다. 부석사가 위치한 곳은 봉황산 중턱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산줄기가 태백산에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서남쪽으로 비스듬히 달려 이룬 것이 소백산맥이다. 태백산에서 뻗은 줄기가 구룡산 ‚ 옥석산 ‚ 선달산으로 솟구치다가 소백산으로 이어져 형제봉 ‚ 국망봉 ‚ 비로봉 ‚ 연화봉 을 이루었다.

부석사가 위치한 봉황산은 선달산에서 다시 서남쪽으로 뻗은 줄기에 위치한다. 동쪽으로는 문수산 ‚ 남쪽으로는 학가산의 맥이 휘어들고 서쪽으로 소백산맥이 휘어돌 아 거대한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위치하여 뭇 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봉황산을 향하여 읍하고 있는 형상이다. 풍수지리상으로도 뛰어난 길지에 속한다.

부석사가 들어선 터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도 구릉지에 위치하고 있어 경사가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부석사에 들어서면 국이 협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솔길을 따라 절에 들어서면 높직한 석축단에 의하여 구분된 터에 드문드문 건물이 배치되어 있어 뒤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내려가는 길에는 건물 지붕 위로 보이는 전면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석양이 뉘엿거릴 무렵 안양루 쪽에서 멀리 도솔봉 쪽을 바라보면 펼쳐 있는 산맥의 연봉들이 장관을 이룬다. 초점이 되는 도솔봉 오른쪽으로는 아스라이 죽령이 보인다. 가히 대단한 경승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