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를 면치 못하고 생사고해에서 떳다 잠겼다하는 중생들을 건지기 위하여
천백억화신을 나투시는 대자비부 석가모니 부처님이시여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명호만 불러도 구원하며 건져 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이제저희 부석사 삼천배 기도 대중 일동은 두 손 모아 불보살님전에
엎드려 고하노니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깨달음을 얻고자 신명을 바친 불자들이옵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의하면 저희들 어두운 중생도 청정본연의 뚜렷한 각성은
부처님과 더불어 다름이 없다하시고, 이 평등한 원만각성은 범부나 성현에 있어
더하고 덜함이 없다 하셨습니다. 구런데 중생은 어두운 무명으로 인하여
자기 본래의 깨끗한 각성을 미한 것이
마치 밝은 햇빛이 구름에 가리어 나타나지 않는 것과같다 하셨고,
그러나 구름만 사라지면 밝은 일광이 나타남과 같이, 무명만 녹아 다하면
자기의 청정 각성이 시방법계에 가득하다고 하셨습니다.
불보살님이시여 무정한 세월은 금년도 또 서산을 넘으려고 황혼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나온 일 년을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예년과 마찬가지로
금년도 또 속아서 살아왔습니다. 해마다 정초에 있어서의 계획과
다짐은 금년은 보람있게 보내리라 참답게 지내리라 후회하지 않도록
기도하리라 하였지만 어느덧 지나온 시간들을 결산해보면 또 속아서
살았구나 하는 통한과 동시에 후회밖에는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찌 금년 한 해 뿐이오리까.
10년도 이러했고 20,30년도 이러히 보내왔던 것은 아닐까요.
이리하여 금년 늦게나마 마지막으로 저희들은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특별 삼천배 기도회를 열어 발원하는 바이옵기 아무 다른 소원은 없습니다.
오직 비롯함이 없는 멀고 먼 옛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겁생래로 쌓이고 쌓인 두터운 무명업장을
한 생각에 소멸하옵고 저희들의 본래 갖춘 청정원각을
성취케 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발원뿐이옵니다.
천년이나 어둡던 동굴도 촛불하나로 일시에 밝아지듯이 백겁에
쌓이고 쌓인 무거운 죄라도 깨끗한 한 생각으로 단번에 녹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게 삼천배에 모인 저희들의 자성으로 향한 노력도 또한
저희 자신만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광명의 세계로
이끌기 위함이 아니겠음인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밝은 사람이 되어야
하겠기에 상구보리 하는 것입니다. 눈먼장님이 되어 가지고는 남을 바른 길로
이끌어 갈 수 없듯이 내가 어두워 가지고는 어떻게 남을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내 등불을 밝히는 일, 저를 먼저 구제하는 것이 급선무인 듯 합니다.
이 일을 성취하지 않고서는 살아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요 길을 가고
있어도 옳게 가는 길이 못되는 것인지 모릅니다. 여러 가지의 방편 가운데
저희들은 절과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는 가운데
자성자리를 향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새해에도 굳은 입지로써 원대한 포부를 성취하는 출격 장부가
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무하 합장 _()_